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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민주주의와 학생 참여 문화

by 나이트소마 2025. 5. 21.

학교 민주주의와 학생 참여 문화: 교실에서 시작되는 시민교육

학교는 단순한 지식 전달 공간을 넘어, 민주적 가치와 시민성을 배우는 중요한 사회화의 장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학교는 위계적 구조와 일방적인 의사결정 문화를 유지하고 있으며, 학생은 정책 대상일 뿐 교육 주체로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본 글에서는 학교 민주주의 실현과 학생 참여 문화의 현주소, 그리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과제를 살펴본다.

학습현장

학교는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곳인가, 실천하는 곳인가?

교육은 민주주의의 토대이다. 민주 사회는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권리를 이해하고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며, 공동체 안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실천할 때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단지 정치 제도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며, 교육의 핵심 가치**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 학교는 민주주의를 얼마나 가르치고, 또 실천하고 있을까? 교과서에는 시민의 권리와 의무, 투표 제도, 헌법 가치 등이 담겨 있지만, 실제 학교의 운영 방식은 여전히 **교장-교사-학생으로 이어지는 위계적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학교 규칙은 대부분 상위 주체가 결정하고, 학생은 통보받거나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민주주의는 교과서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되고 만다. 진정한 민주 시민은 단순한 이론 암기자가 아니라, **민주적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며,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학교 민주주의는 단순히 학생회 활동을 강화하거나 토론 수업을 늘리는 문제를 넘어, 학교 구성원 간의 **권한 공유, 참여 구조, 소통 문화**를 재설계하는 과제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학생이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교육의 주체로 서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학교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학생의 참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그리고 **그 참여가 진정성 있게 작동하도록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학교 민주주의의 현실과 학생 참여의 한계

한국의 학교는 제도적으로는 다양한 민주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학생회가 존재하고, 일부 학교에는 학생 자치 규약과 참여형 수업이 시행되고 있으며, 교육청 차원의 청소년 의회도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장치들이 **형식에 그치거나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첫째, **학생회 운영의 실효성 부족**이다. 많은 학교에서 학생회는 행사 기획이나 학교 축제 준비에 머물고 있으며, 학교 운영이나 규칙 제정 같은 실질적인 의사결정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예산 집행, 규정 변경, 급식 선정 등 학교 운영의 다양한 측면에서 **학생의 의견은 참고사항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둘째, **학교 규칙 제정 과정의 불균형**이다. 학생 생활규정이나 복장, 스마트폰 사용 등의 규칙은 대개 교직원 주도로 결정되며, 학생 의견 수렴은 형식적으로 진행된다. 실제 학생이 거버넌스의 구성원으로서 발언권과 결정권을 가지는 사례는 소수에 불과하다. 셋째, **민주적 수업 문화의 미성숙**이다. 여전히 강의식 수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토론이나 프로젝트 수업도 교사의 통제 아래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학생이 수업 목표 설정, 학습 방법 선택, 평가 방식 설계 등에 참여하는 **참여형 수업 설계 구조는 드물다.** 넷째, **교사의 인식과 역량 차이**도 문제다. 일부 교사는 학생 참여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하지만, 많은 교사는 학생의 자율성을 ‘통제 어려움’으로 인식하며, 교실 내 권위가 약화된다고 우려한다. 이는 교사 양성과 연수 과정에서 **민주적 교육의 실제적 적용 사례가 부족**한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다섯째, **학생 참여에 대한 제도적 보장 미비**다. 참여는 권리이자 책임이지만, 실제 학교 시스템에서는 학생 참여를 **교육적 ‘활동’으로 취급**하거나, 진지한 정책 파트너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우리가 참여해도 바뀌는 것은 없다”는 냉소에 빠지기 쉽다. 이러한 한계들은 학교 민주주의가 단지 ‘행사성 구호’로 전락하지 않도록, **구조적 개편과 문화적 전환**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학생과 함께 만드는 민주주의, 교실이 바뀌는 시작

학교 민주주의는 교육과정의 일부가 아니라, **교육의 전체 방식이 되어야 한다.** 학생이 스스로의 삶에 대해 결정하고, 공동체 속에서 상호 존중과 협력을 배운다면, 그 경험은 평생 지속될 시민성의 기초가 된다. 따라서 학교는 단지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장소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실천되는 생활의 장**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첫째, **학생 참여 구조의 제도화**다. 학생회뿐 아니라, 학생이 학교운영위원회, 규칙 제정 위원회 등 주요 기구에 정식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교사의 민주적 교육역량 강화**다. 교사 연수, 교원양성 과정에 학생 참여형 수업 설계, 갈등 조정, 민주적 회의 운영 등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셋째, **학생 자치활동의 실질화**다. 행사 중심이 아닌 문제 해결 중심, 정책 제안 중심의 자치활동이 가능하도록 운영 방식과 예산, 공간, 교사 지원 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넷째, **학교 문화의 전환**이다. 잘못한 학생을 벌주는 구조에서,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책임을 공유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하며, 학생-교사-학부모 간의 **수평적 소통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 다섯째, **학생 참여의 의미에 대한 교육**이다. 단지 제도와 절차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참여가 왜 중요한지, 어떤 책임이 따르는지, 어떻게 의견을 나누고 결정하는지를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수많은 실천과 경험 속에서 자라나는 삶의 방식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다름 아닌, **학교라는 일상적 공간**이다. 교실이 바뀌면 학교가 바뀌고, 학교가 바뀌면 사회가 바뀐다. 학생과 함께 만드는 학교 민주주의, 그것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