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서관의 역할과 독서교육 활성화 방안: 책과 사람이 만나는 교육 공간의 재발견
학교도서관은 단순한 책 보관소가 아니라, 학생의 사고력과 감수성을 키우는 핵심 교육 공간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독서교육의 체계 부족과 도서관 운영의 한계가 존재한다. 본 글은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독서교육 활성화를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학교도서관, 배움의 또 다른 교실
책은 단지 지식의 저장소가 아니다. 그것은 질문을 낳고, 상상력을 키우며, 삶을 깊이 있게 만드는 매개다. 이러한 책과 가장 가까운 공간이 바로 **학교도서관**이다. 학교도서관은 교과서 밖의 세상을 만나고, 정답이 없는 문제를 고민하며, **학생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자율적 학습 공간**이다. 그러나 현실의 학교도서관은 어떠한가? 아직도 많은 학교에서는 도서관이 **폐쇄적 공간, 시험 대비 자료실, 또는 시간 때우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담 사서교사 없이 자원봉사자나 일반 행정 인력이 운영을 맡고 있는 경우도 많고, 독서교육은 일부 교사의 열정에 의존하거나 일회성 캠페인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OECD 국가들은 독서역량을 21세기 핵심 역량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으며, 실제로 읽기 능력은 **모든 교과 학습의 바탕이자,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 해결력의 기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의 정보 해석과 맥락 이해는 기존의 단순 독해력을 넘어서는 고차원적 능력을 요구한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학교도서관은 **지식 습득의 창구가 아닌, 지식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열린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고 독서교육은 단지 권장도서를 읽히는 일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책을 선택하고, 읽고, 생각을 나누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과정**이 되어야 한다.
학교도서관 운영과 독서교육의 현주소
현재 한국의 학교도서관과 독서교육은 제도적, 구조적, 문화적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전문 인력의 부재**다. 사서교사가 법적으로 배치되어야 하는 정원 기준은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전문 사서교사가 없는 학교가 전체의 절반 이상**에 달한다. 이로 인해 도서관은 단순 대출과 반납, 시설 관리 기능에 머무르며, **교육과정과 연계된 운영이 어렵다.** 둘째, **공간 활용의 비효율성**이다. 일부 학교는 도서관 공간을 **보조 교실, 창고, 행정 공간 등으로 전용**하거나, 접근성이 낮은 위치에 설치되어 학생의 자율적 이용이 어렵다. 또한 낡은 환경, 편의 시설 부족, 열람 공간 협소 등의 문제로 인해 **학생의 체류 시간이 짧다.** 셋째, **독서교육의 체계 부재**다. 국어과를 중심으로 한 일부 독서 활동은 존재하지만, **교과 간 협력 수업이나 프로젝트 기반 독서활동은 드물다.** 독서 기록장, 독후감 쓰기 등 **형식 중심의 독서 교육**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학생의 흥미나 선택권은 제한적이다. 넷째, **자료 수집과 정보 교육의 부족**이다. 학교도서관은 단순히 종이책만 다루는 공간이 아니라, **정보 검색, 디지털 자료 활용,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까지 포괄하는 정보 허브**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관련 교육은 미진하거나, 교사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고 있다. 다섯째, **학생 참여 중심 문화 미비**다. 도서관 프로그램은 주로 위에서 기획된 방식으로 운영되며, **학생의 자율적 참여, 동아리 운영, 추천 도서 선정, 전시 기획 등 주체적 활동의 기회**가 제한적이다. 이는 도서관에 대한 주인의식과 애착을 형성하기 어렵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학교도서관은 교육 공간으로서의 잠재력에 비해 **제도적 기반과 활용 방식이 낙후**되어 있으며, 독서교육은 **정책보다 열정에 기대는 구조**로 남아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선 **도서관과 독서교육을 학교 교육의 중심축으로 재정립하는 정책적 전환**이 요구된다.
책과 만나는 학교, 생각이 자라는 교실
학교도서관과 독서교육은 단순한 보완 교육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교육의 기초이며, 배움의 깊이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전문 사서교사 법제화 및 배치 확대**다. 초중고 모든 학교에 **1인 이상의 전담 사서교사를 배치**하고, 이들이 수업 협력, 독서프로그램 기획, 정보교육까지 담당할 수 있도록 법적·재정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학교도서관 공간 혁신**이다. 학생 중심의 **열린 독서 공간, 휴게형 서가, 디지털 학습 공간, 소모임실** 등을 포함한 복합문화형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하고, 방과 후 및 주말 개방 확대 등 **지역사회와의 연계 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교과 연계형 독서교육 활성화**다. 국어과뿐만 아니라 역사, 과학, 예술 등 모든 교과에서 **독서를 기반으로 한 융합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개편하고, **프로젝트형 독서활동, 탐구 기반 토론 수업**을 제도화해야 한다. 넷째, **디지털 독서 환경 구축과 정보활용 교육 강화**다. 전자책, 오디오북, 학술 DB 등 디지털 자료 접근권을 보장하고, **정보검색 능력, 출처 평가, 디지털 윤리 등 정보 리터러시 교육**을 정규 수업과 연계해야 한다. 다섯째, **학생 주도 독서문화 조성**이다. 학생 도서동아리, 독서 토론회, 서평 블로그 운영, 도서관 운영위원회 참여 등 **학생이 책과 도서관을 주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책 읽는 즐거움이 자발적으로 형성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책은 사람을 만들고, 도서관은 문화를 만든다. 그리고 그 문화가 바로 **교육의 뿌리**다. **학교도서관이 살아날 때, 교실은 더 풍요로워진다. 아이들이 책과 만나고, 책 속에서 자신을 만나는 그 순간— 진짜 배움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