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정치 교육과 시민의식 함양: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배움의 시작
정치 교육은 단지 선거와 제도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권리와 책임을 인식하고 사회에 참여하는 태도를 기르는 과정이다. 만 18세 선거권 시대를 맞아 청소년의 시민의식 함양과 정치 교육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본 글에서는 정치 교육의 의의, 현황, 실천 전략을 살펴본다.
청소년, 정치로부터 배제된 시민
“정치는 어른들의 일이다.” 한때는 당연시되던 이 말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기후위기, 청년실업, 교육 불평등, 디지털 권리 등 오늘날 정치의 영향은 청소년의 삶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사회는 청소년을 **정치의 객체이자 보호 대상**으로만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2019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만 18세에게 선거권이 부여되면서, 고등학생 일부도 유권자의 자격을 갖추게 되었다. 이는 단지 투표 연령이 낮아졌다는 의미를 넘어, **청소년을 민주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정치적 존재로 바라봐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문제는 교육이 이 변화에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학교에서는 정치교육을 거의 다루지 않거나, 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 제도 소개에 머무르고 있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 논란,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우려, 교육과정 상의 제약 등으로 인해 정치와 시민 참여에 대한 교육은 **비정치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거나 아예 회피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교육은 단지 정당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원리, 권리의 의미, 다름의 인정, 공동체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태도**를 배우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은 청소년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건강한 시민사회를 만드는 기반이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청소년에게 ‘정치는 위험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정치는 우리의 삶과 연결되어 있으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적 행위임을 가르치는 교육**이다. 그 출발점이 바로, 학교에서의 정치교육이다.
정치 교육의 현주소와 제도적 한계
한국의 공교육에서 정치 교육은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 고등학교 ‘정치와 법’ 과목이 유일한 정규 교과이며, 그나마도 선택과목으로 지정되어 있어 **학생 대다수가 정치교육을 접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첫째, **교육과정 내 정치 교육의 축소**다. 2009 개정 교육과정 이후 ‘정치’ 과목은 독립적 교과에서 ‘정치와 법’으로 통합되었고, 핵심 정치 개념과 시민 참여 관련 단원은 일부에 불과하다. 특히 중학교에서는 사실상 **정치교육이 사라진 상태**다. 둘째,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과도한 해석**이다. 교사가 현실 정치 이슈나 논쟁적 주제를 다루는 데 대해 불안감을 가지며, 교육청이나 학교 차원에서도 **위축된 정치교육 관행**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학생에게 정치 참여가 ‘금기시되어야 하는 일’로 비춰질 위험이 있다. 셋째, **학생의 주체적 참여 기회 부족**이다. 모의투표, 학교 총선, 정책 제안 등 실제 정치 참여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매우 제한적이며, 학생 자치기구조차 실질적인 권한 없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넷째, **교사의 역량 및 지원 체계 부족**이다. 정치교육을 담당하는 사회과 교사조차 **정치학, 헌법,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전문 연수 기회**가 부족하고, 교육자료 역시 획일화되어 있다. 다섯째, **정치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 미비**다. 학부모나 지역사회에서는 정치교육이 특정 이념을 주입하거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며, 이로 인해 **학교는 무난한 교육만을 선택**하게 된다. 이러한 한계는 결국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 규정하고, 그들의 정치적 권리와 시민적 성장 가능성을 제약하는 구조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단지 선거에 참여하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비판적 사고, 공공의식, 연대와 협력의 경험 속에서 자라나는 문화**다. 이제 교육은 청소년을 정치적 시민으로 키우는 역할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 정치 교육, 민주주의의 뿌리를 키우는 일
정치교육은 민주주의의 예방주사다. 그것은 특정 정치 성향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타인의 권리를 인정하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을 기르는 일**이다. 청소년의 정치 교육은 단지 미래를 위한 준비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실천 가능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배움**이어야 한다. 앞으로 정치교육을 실질적으로 확대하고, 청소년의 시민의식을 함양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제가 필요하다. 첫째, **정치 교육의 정규 교육과정 포함 확대**다. 중학교 사회 과목에 시민 참여 및 정치 개념을 포함하고, 고등학교에서는 **정치 교육 필수화**를 통해 모든 학생이 기본적인 정치 이해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교사의 정치교육 역량 강화**다. 정치철학, 헌법, 민주시민교육, 논쟁 수업 기법 등과 관련된 **교원 연수 프로그램과 연계 자료**를 지속적으로 개발·보급해야 하며, 교육 현장에서의 논쟁 수업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 셋째, **학생 참여 중심의 민주적 학교 문화 조성**이다. 학생회, 자치회의 실질적 권한 부여, 학교 규칙 제정 참여, 정책제안 토론회, 모의국회 등의 활동을 통해 **민주적 경험의 장을 확대**해야 한다. 넷째, **모의투표 및 청소년 의회 활성화**다. 선거 교육과 연계한 전국 단위 모의투표 프로그램, 청소년 의회 체험, 지방자치 참여 활동 등을 정례화함으로써 **정치 참여의 실질적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다섯째, **정치교육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다. 정치교육이 이념 대립이 아닌 **민주사회 시민성을 기르는 기본 교육임을 알리는 홍보와 담론 형성**이 필요하며, 학부모 대상 시민교육도 병행되어야 한다. 정치는 어른들만의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습관이고, 참여는 배워야 한다. 청소년이 정치를 배우는 순간, 사회는 더 깊고 넓어진다. **그 시작은 교실에서, 교사의 질문에서, 학생의 손을 든 순간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