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무상교육 확대: 평등한 출발선을 위한 국가 책임 교육
유아기는 인간 발달의 기초를 형성하는 결정적 시기이며, 교육적 투자 효과가 가장 높은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의 유아교육은 여전히 사적 부담과 제도 이원화로 인해 공공성이 약하다. 본 글은 유아교육의 공공성 확대와 무상교육 실현의 과제를 짚어본다.
출발선에서의 평등, 유아교육에서 시작된다
유아기는 생애 초기의 뇌 발달, 사회성 형성, 정서 안정, 언어 능력 등이 결정되는 시기로, 교육적 개입의 효과가 가장 크고 장기적이다. OECD와 유네스코는 **유아교육을 단순한 돌봄이 아닌 공공 서비스이자 교육적 권리**로 규정하고, 국가 주도의 체계적 보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유아교육은 여전히 **공공성과 무상성 측면에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현재 한국의 유아교육은 국공립 유치원과 사립 유치원, 어린이집이 병존하는 **이원화된 체제**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분리된 관리 구조는 정책의 일관성을 해치고, 기관 간 격차와 혼란을 낳고 있다. 특히 사립 유치원의 높은 비율과 지역 간 접근성 불균형은 **유아교육의 질과 기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유아교육의 무상화와 공공성 강화를 위해 누리과정 도입, 국공립 유치원 확대, 유아교육법 개정 등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 기관 간 교육의 질 격차, 정책의 단기성과 한계로 인해 **진정한 의미의 무상 교육과 공공 유아교육 체제 구축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유아교육은 ‘아이를 맡기는 곳’이 아니라, **삶의 기반을 다지는 첫 번째 교육 공간**이다. 그렇기에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는 단지 복지 확대가 아닌, **국가의 미래에 대한 책임과 투자**로 바라봐야 한다.
유아교육 공공성의 현황과 실질적 한계
한국의 유아교육 공공성은 양적 지표에서는 일정 수준 진전을 보였지만, 질적 구조와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과제가 산적해 있다. 첫째, **국공립 유치원의 절대적 부족**이다. 2023년 기준 국공립 유치원 이용률은 약 30% 수준으로, 대다수 가정은 사립 유치원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지역에 따라 국공립 유치원 접근성이 크게 차이 나며, 특히 **저소득층과 농산어촌 지역**에서 불리한 구조를 만든다. 둘째, **사립 유치원의 교육 질과 회계 투명성 문제**다. 일부 사립 유치원은 교육과정 운영이 형식적이거나, 원비 책정의 자율성이 과도하게 보장되어 있어 **교육 불평등과 회계 부정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된다. 에듀파인 도입 등 제도 개선이 이뤄졌지만, 실효성 확보는 아직 부족하다. 셋째, **누리과정의 재정 구조 불안정**이다. 정부가 2012년 도입한 누리과정은 모든 3~5세 아동에게 무상 교육을 제공하는 제도지만, 예산 부담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누면서 **지속적인 재정 갈등**이 발생했고, 이는 정책의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넷째, **교육·보육 이원화에 따른 정책 비효율**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각각 교육부와 복지부에 의해 운영되면서 교사 자격, 시설 기준, 교육 내용 등이 상이하다. 이는 학부모 혼란을 야기하고, **유아 발달에 필요한 통합적 접근을 어렵게 만든다.** 다섯째, **유아교사 근로조건과 전문성 저하**다. 낮은 임금, 높은 노동 강도, 계약직 중심 고용 구조는 유아교사의 전문성 확보를 가로막고 있으며, 이는 **교육의 질 저하와 교사 이직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관 수를 늘리는 것 이상의 **구조적 개혁과 철학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공공 유아교육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완책’이 아니라, **모든 아이가 평등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의 기본권**이어야 한다.
모든 아이에게 평등한 출발을, 공공 유아교육으로
유아교육은 인생의 첫 사회화 과정이며, 교육 형평성의 시작점이다. 공공성이 강화된 유아교육은 특정 계층이 아닌 **모든 아동의 권리이자 사회 전체의 미래를 위한 투자**다. 이제 유아교육에 대한 시선과 정책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첫째, **국공립 유치원의 대폭 확대**다. 최소한 OECD 평균(70%) 수준까지 국공립 비율을 끌어올리고, **수요자 중심 지역 맞춤형 설립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도심 외곽과 농산어촌 지역에 우선 배치가 필요하다. 둘째, **교육·보육 통합 체계 구축**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이원화 구조를 해소하고, **통합적 유아교육 행정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정책 일관성은 물론, 유아의 발달 특성에 맞는 교육 실행을 가능케 한다. 셋째, **유아 무상교육의 안정적 재정 확보**다. 누리과정 예산을 **국고 중심의 안정적 재정구조로 전환**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일정 비율을 유아교육에 지속적으로 배분하는 제도화가 필요하다. 넷째, **유아교사의 처우 개선과 전문성 강화**다. 공·사립 유치원 교사의 처우 격차를 해소하고, 연수·자격 체계 고도화, 교사 연구활동 지원 등 **전문직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이 병행되어야 한다. 다섯째, **무상교육을 넘는 질 높은 교육 보장**이다. 단순한 비용 지원이 아닌, **놀이 중심 유아교육과정, 창의적 활동, 감성 교육, 생태교육** 등 아동 발달에 맞는 고품질 프로그램이 구현되어야 한다. 유아교육은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사회 자본을 형성하는 핵심 기반**이다. 지금 우리는 묻는다. 우리 사회는 모든 아이에게 공정한 출발을 허락하고 있는가? 그 답은,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에 있다. **시작이 평등해야, 미래도 공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