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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

by 나이트소마 2025. 5. 20.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 생애 출발선의 평등을 위하여

유아기는 인간 발달의 기초가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로, 이 시기의 교육은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형평성과 미래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본 글에서는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 변화와 과제를 살펴보며, 보육 중심에서 교육 중심으로의 전환이 왜 필요한지를 고찰한다.

학습현장

유아교육, 선택이 아닌 사회의 책임

“교육은 평등해야 한다”는 명제는 생애주기의 시작점에서 더욱 중요하게 작동한다. 유아기(만 3세~5세)는 인간의 인지, 정서, 사회성, 언어 발달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시기로, 이 시기의 교육 경험이 이후 학습 역량과 삶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이미 수없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유아교육은 오랜 기간 동안 공교육 체계에서 소외되어 왔으며, 주로 가정의 책임과 사적 기관에 맡겨져 왔다. 2004년 누리과정 도입 이전까지만 해도, 유아교육과 보육은 이원화된 체계로 운영되었고, 국공립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보다 민간 어린이집이나 사설 유치원에 다니는 아동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결국 부모의 경제력, 지역 여건, 정보 접근성에 따라 **영유아기의 교육 기회에 큰 격차**가 존재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부터 누리과정 전면 무상화, 유아학비 지원 확대, 국공립 유치원 비율 확대 등의 정책을 시행해 왔고, 2022년 기준 국공립 유치원 이용률은 30%를 넘어섰다. 하지만 여전히 **민간 의존도는 높은 수준**이며, 질 관리의 사각지대와 교사 처우 문제, 시설 격차 등은 유아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가로막는 핵심 요인으로 남아 있다.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는 단지 교육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 복지**, **양육 평등**, **교육 불평등 해소**, **여성 경력 단절 방지**, **저출산 대응** 등 수많은 사회 현안과 맞물려 있다. 따라서 이제는 단기 재정지원이 아닌, **구조 개편과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유아교육을 ‘선택 가능한 서비스’에서 ‘보장받아야 할 권리’로 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유아교육의 현주소와 공공성 확보의 과제

현재 한국의 유아교육은 큰 틀에서 보면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어린이집(보육시설)과 ▲교육부 소속 유치원(교육시설)로 나뉘어 있다. 이원화된 체계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것이지만, 정책 통합과 유아 중심 교육 실현을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첫째, **이용기관 간의 질적 격차**다. 국공립 유치원은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도와 안정적인 운영, 우수한 교사 확보가 가능하지만, 그 수는 여전히 부족해 경쟁이 치열하다. 반면 사립 유치원과 민간 어린이집은 교육과 보육의 질에서 큰 편차가 존재하며, 학부모의 정보력과 경제력이 그 질의 선택을 좌우한다. 둘째, **교사의 근무환경과 처우 문제**다. 국공립 유치원 교사와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자격 기준은 유사하지만, 임금과 복지, 고용 안정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로 인해 민간 기관의 교사 이직률은 높고, 이는 곧 교육의 연속성과 질 저하로 이어진다. 셋째, **정책 집행의 분절성**이다. 복지부와 교육부의 이원 행정 구조는 예산 집행의 이중성, 정책 목표의 불일치, 서비스 중복과 공백을 초래하고 있다. 유아는 하나의 존재인데, 이를 ‘보육 대상’과 ‘교육 대상’으로 나누는 체계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넷째, **지역 간 격차**다.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는 국공립 인프라 확충이 빠르게 이뤄졌지만, 농산어촌이나 저밀도 지역은 여전히 사적 기관 의존도가 높으며, 이에 따른 비용 부담과 교육 불균형이 존재한다. 다섯째, **학부모의 만족도와 신뢰** 문제다. 유아교육의 질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학부모는 안정성, 안전, 커리큘럼 구성 등에서 다양한 우려를 갖는다. 특히 사립기관에서의 부정 회계, 폐원 사태, 교사 폭력 등의 이슈는 유아교육 전체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히 국공립 유치원 수를 늘리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제도 통합**, **인력 전문성 확보**, **운영 시스템의 공공성 강화**, **보편적 서비스 설계**라는 구조적 접근이 병행되어야 한다.

생애 첫 교육의 공공성, 국가의 책임으로

유아교육은 교육의 시작점이자, 사회적 불평등을 조기에 개입하여 완화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시기다. 따라서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는 단지 유아기의 교육 기회를 보장하는 수준을 넘어, **사회 전체의 형평성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핵심 투자**로 간주되어야 한다. 앞으로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방향이 필요하다. 첫째, **보육과 유아교육의 통합**이다. 교육부와 복지부로 나뉜 행정 구조를 통합하고, 유아 중심의 통합적 커리큘럼과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유아의 전인적 발달을 지원하는 데 핵심적인 조건이다. 둘째, **국공립 유치원과 공공 어린이집의 확대**다. 특히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 농어촌 지역 중심으로 공공 인프라를 우선적으로 확충하고, 보편적 이용권을 보장해야 한다. 셋째, **보육·교육 교사의 전문성 제고와 처우 개선**이다. 교사의 역량은 유아교육의 질과 직결되며, 이를 위해 정규직 전환, 보수 체계 일원화, 지속적 전문 연수 체계가 필요하다. 넷째, **유아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다. 유아교육을 단순히 ‘육아 대행’이 아닌, 미래 시민 양성을 위한 첫 번째 공교육 단계로 인식하도록 교육 캠페인과 공공 메시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지속 가능한 재정 확보와 법적 기반 강화**다. 유아교육재정의 안정성을 높이고, 관련 법령을 통해 유아교육의 공공적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모든 아이는 좋은 출발을 할 권리가 있다.’ 이 당연한 명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유아교육이 더 이상 민간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국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 생애 첫 배움이 공공의 손에서 이뤄질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한 교육 평등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