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은 이제 계절적인 재난이 아니라 연중 상시 발생하는 심각한 위협이 되었습니다. 특히 2024년 들어 국내 곳곳에서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산불 대책은 과연 충분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한국의 산불 대응 체계를 중심으로 미국, 호주, 캐나다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의 사례를 비교하며, 무엇이 다르고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의 산불 대응 시스템 – 빠르지만 취약한 구조
대한민국의 산불 대응은 크게 산림청과 소방청으로 이원화되어 있습니다. 산림지역에서 시작된 산불은 산림청이 우선적으로 대응하며, 도시 인근이나 주택가까지 확산될 경우 소방청이 협업하거나 주도권을 넘겨받게 됩니다. 이론적으로는 협력 체계가 갖춰져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관할의 경계가 모호해 대응 속도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또한, 한국은 좁고 산악지형이 많은 국토 특성상 차량 진입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산불 초기 대응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림청은 산불 전문진화대, 드론 감시, CCTV 기반 감시체계를 운용하고 있으나,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전 지역을 감시하기엔 역부족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산불 헬기 부족과 야간 대응 한계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또한, 산불 예방 캠페인이나 주민 교육은 일정 수준 이뤄지고 있으나, 실제 주민 참여율은 낮고 형식적인 훈련에 그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농촌 지역이나 고령화된 산촌 지역의 경우, 산불 발생 시 대피 지연과 정보 부족으로 피해가 확대되는 일이 잦습니다. 실시간 산불 알림 시스템도 일부 지역에선 통신망이 닿지 않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산불 대응 시스템은 ‘신속 대응’에는 강점을 보이나, 예방이나 장기적 구조 개선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과 호주의 사례 – 예방 중심의 체계 구축
미국과 호주는 산불 대응에 있어 ‘예방’과 ‘예측’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매년 수천 건의 산불이 발생하는 고위험 지역으로, 연방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과 함께 정교한 데이터 기반 예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NASA의 위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불 발생 가능 지역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AI를 활용해 산불 확산 방향과 속도를 예측합니다. 이 데이터는 현장에 있는 진화대원은 물론, 일반 시민에게도 공개되어 개별 대피 결정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또한, 드론을 활용한 야간 감시와 자동 진화 시스템을 일부 지역에 시험 도입하여, 인력 위험을 줄이고 대응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경우, ‘불 사용 허가제도(Fire Permit)’를 시행하고 있어, 건기나 고위험 시기에는 캠핑, 바비큐, 쓰레기 소각 등의 불 사용이 금지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강력한 벌금이 부과됩니다. 또한, 지역 단위 소방 자원봉사대(CFA)가 운영되어 주민 스스로 초기 진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받고 훈련합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산불을 ‘막는 것’보다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실제로 예방 투자 비용이 대응 비용보다 몇 배 더 높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피해 비용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입증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 – 예방, 통합, 시민 참여
국내 산불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합니다. 첫째, 산불 예방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늘려야 합니다. 현재 한국은 대응에 치중된 구조로, 진화 장비와 인력에만 예산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나 호주처럼 사전 예측 기술, 위성 감시, AI 시스템을 도입하면 산불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피해 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둘째, 통합적 대응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산림청과 소방청, 지자체가 각각 역할을 나눠 맡기보다는 하나의 통합 컨트롤타워를 구성해 지휘체계를 단일화해야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산불 전담 재난본부와 같은 상설 기구 설치가 논의되어야 합니다.
셋째,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합니다. 특히 산촌 주민을 대상으로 한 실질적인 산불 대응 훈련, 대피 시뮬레이션, 불법 소각 금지 교육 등을 정례화하고, 자율방범대처럼 지역 단위의 ‘산불 감시단’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처럼 주민 참여를 제도화하고 책임과 권한을 부여할 때, 진정한 산불 예방이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기후 변화에 따른 산불 위험도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기후 산불 전략’도 시급합니다. 탄소중립 정책과 연계한 산림 보호 정책, 기후위기 대응형 산불 예보 체계 구축 등 중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절실합니다.
결론
산불은 기후 변화와 도시 확장의 여파로 전 세계에서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재난이 아니라, 인류가 함께 풀어야 할 환경 문제이자 안전 문제입니다. 한국도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 대응할 수 없습니다. 미국과 호주의 예방 중심 정책, 기술 도입, 시민 참여 제도를 참고하여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산불 대응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입니다. 산불은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시민 모두의 책임이며, 예방은 대응보다 언제나 더 현명한 선택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