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치 실현을 위한 지역 교육 거버넌스 강화 방안: 지역이 교육을 결정하는 시대를 위하여
교육자치는 단지 교육 행정의 분권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학교가 교육의 주체가 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교육의 결정 구조는 중앙 집중적이며, 지역 교육 거버넌스는 실질적 역할 수행에 한계가 있다. 본 글은 교육자치의 의미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지역 거버넌스 강화 방안을 다룬다.
교육의 결정권, 이제 지역으로
‘학교는 지역의 중심이다.’ 이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교육은 특정 공간에서 특정 사람들의 삶과 맞닿아 작동하는 실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한국 교육은 중앙정부가 설계한 교육과정, 예산, 인사 정책에 따라 **학교와 지역은 실행 주체에 그친 채 교육 결정 구조에서 소외되어 왔다.** 교육자치는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개념이다. 즉, **교육 정책과 운영에 대한 권한을 지역 단위로 이양하고, 그 권한을 지역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행사하는 체계**를 말한다. 이는 단지 행정권한의 분산이 아니라, **교육의 민주성과 참여성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 기반**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교육자치의 실질적 실현이 어렵다. 교육감 직선제라는 제도는 도입되었지만, 교육청과 지자체, 학교 간 연계는 미흡하고, **지역 교육 거버넌스는 형식적 논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제 교육자치를 다시 질문해야 한다. **누가 교육을 결정할 것인가?** 그리고 그 결정 과정에서 **지역의 목소리는 어떻게 반영될 것인가?**
현재 지역 교육 거버넌스의 한계와 구조적 문제
우리나라의 교육자치는 제도적으로는 진전을 이루었지만, 실제 운영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첫째, **지자체와 교육청 간 협력 부재**다. 교육청은 교육을, 지자체는 복지·문화·주거 등을 담당하며, 이로 인해 **아동·청소년 정책이 부처 간 분절적으로 설계되고 중복되거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학교 공간 활용, 돌봄 운영, 마을교육 활성화 등에서 협력이 필수적이나 **공동 정책 설계 구조가 미비**하다. 둘째, **지역 교육 거버넌스의 형식화**다. 학교운영위원회, 교육참여위원회, 마을교육공동체 협의회 등 다양한 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실질적 결정권이나 실행력을 갖지 못하고 자문기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셋째, **시민 참여 기반의 미성숙**이다. 교육자치의 핵심은 시민 참여이지만, **학부모·학생·교사·주민이 의견을 제시할 창구와 참여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고**, 학교도 의견 수렴보다는 행정 처리 중심 운영이 여전하다. 넷째, **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 간 균형 부족**이다. 자율적 학교 운영은 강조되지만, **예산 편성, 인사권, 교육과정 설계 등 실질적 권한은 교육청에 집중**되어 있고, 학교가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은 부족하다. 다섯째,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 부족**이다. 지역 교육 거버넌스는 **교육감의 철학과 임기 변화에 따라 단절되는 경우가 많고**, 지역 차원의 교육 비전과 중장기 전략이 부재한 경우가 많아 정책의 지속 가능성이 낮다. 결과적으로 현행 지역 교육 거버넌스는 **‘있으나 마나한 구조’로 인식되기 쉬우며**, 교육자치가 본래 지향하던 **민주적 교육 운영과 지역 맞춤형 교육 실현이라는 가치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지방분권을 넘어, 교육자치의 실질화를 위하여
교육자치는 교육 민주주의의 핵심 기둥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권한 이양을 넘어 **시민 참여 기반, 정책 협력 구조, 실질 권한 부여의 삼박자**가 갖춰져야 한다. 이를 위한 실천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자체-교육청 공동교육행정체제 구축**이다. 지역 교육 주요 정책(돌봄, 진로, 청소년활동, 마을교육 등)에 대해 **공동 기획·공동 예산·공동 운영이 가능한 협치 구조**를 마련하고, 이를 위한 상설 협의체와 법적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둘째, **지역 교육 거버넌스의 실질화**다. 교육참여위원회, 학교운영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의 **의결권 확대, 예산 참여 구조 도입, 정책 수립 참여 기회**를 제도화하고, 그 참여 주체에게 **교육과 훈련, 정보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 셋째, **학교의 실질적 자율권 보장**이다. 학교가 **교육과정, 예산, 시간표, 평가 방식, 교원 조직 운영 등에서 자율성을 가질 수 있도록 권한을 분산**하고, 이를 뒷받침할 **책무성 중심의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지역 교육 비전 수립과 중장기 전략 마련**이다. 교육청과 지자체가 협력하여 **해당 지역 특성에 기반한 교육 비전과 중장기 실행계획**을 공동 수립하고, 이를 통해 단기 사업 중심에서 전략적 교육 운영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다섯째, **시민 교육과 교육자치 문화 형성**이다. 학생, 학부모, 교사,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자치 아카데미, 시민교육, 정책참여 워크숍** 등을 통해, **교육자치는 ‘누군가의 일이 아닌 모두의 일’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교육자치는 학교의 문제를 넘어,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미래는 중앙이 아니라, 지역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의 주권은 시민에게 있다. 이제는 그 주권이 제도 안에서 실현되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