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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자율화와 지역 교육과정의 가능성

by 나이트소마 2025. 5. 27.

교육과정 자율화와 지역 교육과정의 가능성: 중앙에서 현장으로, 획일에서 다양으로

교육과정 자율화는 학생의 삶과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교육을 가능케 하며, 학교가 교육의 주체로 기능하기 위한 핵심 조건이다. 본 글은 중앙 중심의 표준 교육과정의 한계를 짚고, 지역과 학교 단위에서의 교육과정 자율화 가능성과 그 실천 전략을 제시한다.

학습현장

모든 학생에게 같은 교육이 공정할까?

‘전국 어디서나 같은 내용, 같은 수준의 교육 제공’—오랜 시간 우리 교육의 기본 원칙이었다. 이 원칙은 교육의 형평성과 질 제고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학생들의 삶은 더 이상 표준화될 수 없으며, 지역의 문화, 산업, 공동체도 다양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과정은 여전히 **중앙 정부의 획일적 기준에 의해 결정**되고, 학교와 지역은 제한된 선택권 안에서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교육과정 자율화’와 ‘지역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일부 자율성을 확대했고, 시도교육청도 지역 특색에 맞춘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지침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 단위학교의 실질적 권한 부족, 지역 간 격차 문제**로 인해 자율화의 성과가 제한적이다. 교육과정의 자율화란 단지 문서의 자율적 편성이 아니라, **학생과 지역의 삶에 맞는 교육을 기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 권한과 역량의 분산**이다. 이는 교사의 교육 기획력, 학교의 운영 구조, 지역 사회의 협력 등 다층적 조건이 충족될 때 가능한 일이다.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누가, 누구를 위해, 어떤 교육을 설계할 것인가?” 그 답이 **학교와 지역**이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중앙 중심 교육과정의 한계와 자율화의 필요성

현재 한국의 교육과정은 교육부가 중심이 되어 전국 단위의 기준을 설정하고, 시도교육청과 학교는 이를 근간으로 교육을 운영하는 구조다. 이는 **통일성과 체계성이라는 장점**을 갖는 반면, 다음과 같은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첫째, **학생의 다양성 반영 한계**다. 동일한 연령, 동일한 교과 내용을 전국에서 동일하게 배운다는 것은 실제로는 **학생의 흥미, 수준, 진로, 지역의 필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교육**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는 수업의 흥미 저하와 수동적 학습 태도를 낳는다. 둘째, **학교의 교육 기획력 약화**다. 교사와 학교는 중앙에서 제공한 교육과정을 단순 실행하는 ‘행정 단위’로 기능하며, **교육 기획자나 교육 철학을 실천하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 셋째,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어려운 구조**다. 산업 구조, 문화 자산, 인구 특성 등이 전혀 다른 지역에 동일한 교육과정을 적용하는 것은 **지역 맞춤형 인재 양성에 역행**하며, 결과적으로 지역 소멸과 교육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넷째, **교육의 유연성과 창의성 저해**다. 현재의 교육과정 체제는 정해진 시간표와 이수 단위 중심으로 짜여져 있어, **융합형 수업, 프로젝트형 학습, 현장 중심 수업 등의 실천이 어렵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과정 자율화는 선택이 아닌 **시대적 필연**이다. 그리고 그 자율화는 단지 시도교육청 차원의 권한 확대가 아니라, **단위 학교와 지역 공동체가 교육과정을 기획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권한과 자원을 분산하는 구조 개편**이 전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제주에서는 해녀 문화, 강원도에서는 산림 생태, 경상도에서는 전통 공예를 중심으로 한 **지역 특화 교육과정**이 운영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교육은 교과와 비교과를 넘나들며 **학생의 삶과 연결된 배움**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학교와 지역이 교육을 다시 설계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자율화는 단순히 중앙의 부담을 줄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교육이 더 풍부하고, 더 다양하며, 더 삶에 밀착되기 위한 방향성**이다. 앞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실천적 과제가 요구된다. 첫째, **단위학교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 확대**다. 법적·행정적 기준을 완화하고, 학교장이 교육과정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과 교사의 기획 시간 확보, **교원 조직의 자율적 운영 구조**를 보장해야 한다. 둘째, **지역 교육과정 플랫폼 구축**이다. 시도교육청 중심으로 **지역 내 교사, 전문가,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교육과정 개발 거버넌스**를 구성하고, 지역자원을 연계한 수업 콘텐츠와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교사 전문성 강화 및 재구조화**다.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지역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교육기획 역량, 융합수업 역량, 민주시민교육 역량**에 대한 체계적 연수가 필요하다. 넷째, **지역 교육 자원의 적극 활용**이다. 박물관, 기업, 예술가, 농장, 마을학교 등 지역 내 자원을 교과 수업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학교 밖 배움터와의 협업 모델**을 제도화해야 한다. 다섯째, **자율화와 책무성의 균형**이다. 교육과정의 자율화가 방임으로 흐르지 않도록, **학생의 성장과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라는 방향성을 공유**하며, 질적 성장을 중심으로 한 평가와 피드백 체계를 병행해야 한다. 교육과정은 국가가 아니라 **학생과 지역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구조**여야 한다. 중앙의 교육과정이 ‘기본’을 제공한다면, 학교와 지역은 그 위에 **삶을 담고, 문화를 얹고, 미래를 설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획일에서 다양으로, 전달에서 기획으로, 중앙에서 현장으로.** 그 변화가 교육의 본질을 되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