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 팽창의 명암과 사교육 의존의 심화, 그 실체를 말하다
한국 사회는 고등교육의 빠른 확산으로 학력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지만, 그 이면에는 사교육 의존과 교육 불평등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공존하고 있다. 이 글은 고등교육의 양적 팽창이 가져온 긍정적 변화와 함께, 경쟁 중심 사회 구조 속에서 어떻게 사교육 시장이 비대화되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어떤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누구나 대학 가는 시대,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는 고등교육의 대중화라는 유례없는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과거에는 대학 진학이 특정 엘리트 계층의 특권이었다면, 오늘날은 ‘누구나 대학에 간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닐 정도로 진학률이 상승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고등학교 졸업생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했고, 이는 경제개발기 교육 확대 정책의 연장선이자, 학벌주의 문화가 만든 결과이기도 했다. 하지만 고등교육의 양적 팽창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을 낳은 것은 아니다. 입학 문턱이 낮아진 만큼 대학 간 서열화가 더욱 심화되었고, 학력의 상향 평준화는 오히려 취업 시장에서의 경쟁을 더욱 격화시켰다. 학사 학위는 이제 기본 자격에 불과하고, 수많은 청년들이 '대졸 실업자'라는 새로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석사, 박사, 자격증 등으로 이어지는 ‘스펙 쌓기’ 경쟁이 일상화되었고, 이 모든 준비과정에서 사교육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특히 대입과 취업 준비 과정에서 사교육의존은 구조적으로 고착되었다. 수능 준비는 물론, 논술, 면접, 자기소개서 작성, 토익, 컴퓨터 자격증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사교육이 개입하고 있으며, 이는 사교육비 증가로 직결되고 있다. 교육이 공공재로 기능하기보다는 시장의 논리 속에서 작동하면서, 사교육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가정의 경제력이 교육 기회를 좌우하는 구조가 심화되었다. 중상위 계층은 사교육을 통해 자녀의 교육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공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교육격차는 더욱 확대된다. 고등교육 대중화가 역설적으로 교육 불평등의 확대를 낳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대학에 진학했는가’가 아닌, ‘그 교육이 개인과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진지하게 묻는 시점에 와 있다. 양적 팽창이 가져온 질적 위기, 그리고 사교육 의존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단순히 교육 정책의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 전체의 구조적 불균형을 반영한다.
고등교육의 대중화, 그리고 비뚤어진 경쟁구조
고등교육의 대중화는 교육 기회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분명 긍정적인 변화였다. 더 많은 이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사회 전반의 학력 수준은 향상되었고, 여성의 교육 참여 또한 크게 증가했다. 이는 곧 한국의 산업 고도화와 인적 자원 확보에 기여했으며, 교육의 민주성과 형평성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대학의 질’과 ‘졸업 이후의 가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수도권 명문대를 제외한 다수 대학은 교육 콘텐츠의 질적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취업 시장에서의 평가도 냉정했다. 결과적으로 ‘어떤 대학을 나왔는가’가 ‘무엇을 배웠는가’보다 더 중요하게 평가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은 단지 대학에 진학하는 데 그치지 않고,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수능, 내신, 비교과 활동 등 평가 항목이 다양화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사교육도 점차 다변화되었다. 특히 고소득 가구는 조기유학, 입시컨설팅, 전문 논술 학원, 외국어 교육 등에 수백만 원 이상을 투자하며 자녀의 ‘교육 포트폴리오’를 관리했다. 반면 중하위 소득 가정은 사교육 투자에 제한이 있고, 공교육 중심의 준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상위권 대학 진학에서부터 취업 경쟁력 확보에 이르기까지 계층 간 격차는 점점 벌어지게 된다. 고등교육 대중화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는 오히려 더 큰 경쟁과 불평등이 구조화된 것이다. 대학 진학률이 높아졌지만, 졸업 후 취업률이 낮은 현상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대졸 인력이 과잉 공급되면서 고등교육의 실질적 효용에 대한 회의가 퍼지고 있고, 대학 자체가 고등직업교육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이는 결국 고등교육의 구조개혁 문제로 이어지며, 정부는 학과 구조조정, 대학 통폐합, 특성화 대학 육성 등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도 사교육 문제 해결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사교육은 초등, 중등 단계에서 더 조기화되고 있으며, 부모 세대의 교육 불안은 사교육 수요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으로 이어지는 좁은 통로를 뚫기 위한 경쟁은 사라지지 않았고, 사교육은 그 길목마다 존재하며 학부모와 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처럼 고등교육의 팽창과 사교육의 확대는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긴밀히 연결된 **교육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로 볼 수 있다.
고등교육과 사교육, 다시 근본을 묻다
한국 사회의 고등교육은 대중화라는 큰 틀 안에서 많은 성취를 이루었지만, 동시에 그 성취가 만들어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사교육 의존의 구조적 확대는 교육을 공공재가 아닌 **개인의 투자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있으며, 이는 교육격차를 심화시키고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고등교육의 대중화가 실질적인 ‘교육 민주화’로 이어지려면, 단순히 대학 진학률을 높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교육의 질, 진로 다양성, 공교육의 신뢰 회복, 그리고 사교육에 대한 제도적 대응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사회 전체가 ‘좋은 교육’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하고, 학력주의와 학벌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정부는 사교육비 경감 정책, 공교육 정상화 정책, 고교학점제, 대학 특성화 정책 등을 시행해왔지만, 이는 단편적인 접근일 뿐이다. 보다 근본적인 개혁은 **교육 기회의 평등, 지역 간 격차 해소, 다양한 진로 선택권 보장**과 같은 구조적 과제를 포함해야 한다. 특히 고등교육과 노동시장, 그리고 사회복지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사교육 의존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결국 고등교육과 사교육 문제는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교육은 사회를 반영하며, 사회는 교육에 의해 재구성된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고등교육과 사교육의 병존은 단지 교육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정의와 형평성의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결단이 절실하다.